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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이야기 - ‘고래의 노래’ 비밀
  • 노벨사이언스 유아연 미주특파원
  • 승인 2021.04.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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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 ‘고래의 노래’ 비밀은

사투리 쓰는 고래부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주파수로 노래하는 고독한 고래까지

 

인간과는 다른 주파수로 소리는 내는 고래의 노래가 과학적으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10시간동안 노래하는 고래 소리를 활용해 바다 밑 지질도를 파악한 연구결과가 공개돼 주목받았다.

지구상 가장 큰 동물 중 하나인 신비로운 고래의 노래, 고래가 사투리를 쓰고, 가족 중 하나가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며, 때로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주파수로 노래하는 등 고래 노래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도 나왔다.

10시간 노래하는 고래 노랫소리로 바다 지질도 그린다

고래의 노랫소리로 바다 밑 지질도를 파악한 연구가 공개됐다. 바츨라프 쿠나 미국 오리건주립대 지구해양및대기과학부 연구팀은 “해저 지진계에 담긴 참고래 소리를 분석한 결과 바닷속 지질의 두께와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몸길이 24m에 체중이 75t 정도 되는 참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상태지만, 1986년 포획을 금지하는 등 국제 사회의 노력으로 최근 개체수가 조금씩 늘고있는 추세다.

 

20년간 30만시간 녹음된 남극 고래의 노랫소리에 대한 연구결과도 나왔다.(pewtrusts.org)

참고래는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역대인 20헤르츠(Hz) 주파수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래가 노래 부르는 것을 멈추는 시간은 15분에 한 번씩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해양학자들이 참고래의 이러한 낮고 웅장한 노랫소리로 바다 밑 지질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바닷속 연구를 위해 해저 지질 구조를 파악하는 데 음파를 쏘아 반사되는 음파를 분석하는 탄성파 탐사를 사용한다. 음파가 통과하는 매질에 따라 파동의 전파 속도가 바뀌는 원리를 이용해 해저 퇴적층의 두께나 지질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

그러나 이 방식은 소음이 커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은 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에어건이 내는 탄성파 소리는 인간을 달에 보낼 때 쓰인 미국의 새턴V 로켓이 내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연구팀은 2012~2013년 지진 관측을 위해 미국 오리건주 인근 태평양에 설치한 해저 지진계에서 주변을 지나가던 참고래가 부른 노랫소리가 6차례 기록된 것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래는 보통 7~40초 주기로 5Hz씩 음의 높낮이를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10시간 넘게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이 해저 지진계에 담긴 참고래 소리를 분석한 결과 바닷속 지질의 두께와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Oregon State University)

참고래가 내는 소리는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노래의 세기는 전투기가 내는 소음보다 큰 189데시벨(dB)에 이른다. 이는 자연의 동물이 내는 소리 세기 중에서도 큰 편이고 그만큼 멀리까지 퍼져나가게 된다.

이에 연구팀이 확인한 해저 지진계에 고래에게서 곧바로 전파된 소리 기록 외에도 해수면에 일부 반사된 소리, 해저면에서 반사된 소리도 함께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이들 신호를 분석한 결과 지진계 아래 지질층은 퇴적층과 현무암, 반려암 등 세 층으로 이뤄진 것을 파악했다.

즉, 참고래 노랫소리가 탄성파 역할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참고래의 노랫소리는 세기도 크지만, 장시간 지속성도 있어 본격적인 지질 측정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투리 쓰는 고래와 지구상 가장 외로운 고래

고래는 다른 고래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정한 패턴의 소리를 계속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아래로 23m만 잠수해도 태양 빛의 99%가 사라지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고래의 노래는 고래들의 거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 셈이다.

사람이 고래가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의 대부분을 들을 수 없는 이유는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주파수 영역대는 약 20~2만Hz이지만, 고래가 멀리 떨어진 상대와 소통하기 위해 내는 소리의 주파수는 이보다 낮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왕고래는 저주파를 이용해 800㎞ 넘게 떨어진 다른 고래와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안긴다. 이는 인천 앞바다의 고래가 소리를 내면 일본 오사카 앞바다에 있는 고래가 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래의 노랫소리로 바다 밑 지질도를 파악한 연구가 공개됐다.(위키피디아)

특히 몇 마리씩 짝을 지어 생활하는 고래는 무리마다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쓴다고 전해진다.

2015년 평양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두 향유고래 집단이 내는 소리를 비교한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같은 지역에 사는 고래들이라 해도 속한 집단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와 음색이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며 주목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불리는 고래도 있다. 이 고래는 1989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서 수중 청음 장치를 통해 바다 탐사를 하던 중 52Hz의 주파수에서 울음소리를 듣고 추적에 나섰으며, 이 소리가 고래 소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문제는 이 고래가 다른 고래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고래는 12∼25Hz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 고래는 52Hz의 주파수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20여 년에 걸쳐 수중 청음 장치를 이용해 52를 추적했으며, 여러 번 52Hz 목소리가 관측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52가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래는 왜 다른 고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주파수로 소리는 내고 있는 것일까. 연구팀은 이 고래가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고래는 인간처럼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괴로울 때 육지로 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돌고래의 경우 가족이 죽었을 때 엄청난 정신적 충격 속 슬픔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포르토대학 연구팀은 돌고래의 행동양식과 심리를 분석한 결과, 돌고래도 자신의 새끼가 죽었을 때 정신적 충격과 슬픔에 잠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놀랍게도 죽은 가족을 애도하기 위한 장례문화도 존재했다.

돌고래 무리는 죽은 새끼 돌고래를 자신의 등이나 머리를 이용해 떠받치고, 최소 1시간 반 이상 이러한 행동을 유지하며 헤엄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어미 돌고래는 죽은 새끼를 계속해서 물 위로 뜨게 하려 몇 시간 동안 온 힘을 쏟는 것을 발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참고래는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역대인 20헤르츠 주파수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Oregon State University)

고래가 하루종일 바닷속 소음공해에 노출된다면?

20년간 30만시간 녹음된 남극 고래의 노랫소리에 대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호주 남극연구소, 미국 해양대기청, 프랑스 브리타니 대학,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 등이 참여한 극지연구소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바다에서 기록된 수십만 시간 길이의 소리에서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의 소리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와 긴수염고래는 지구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들로, 참고래와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멀리까지 전파되는 저주파(약 20Hz)의 소리를 발생해 서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남극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무인자율 수중음향 관측 장비를 도입해 지난 20여 년간 30만 시간의 자료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저주파 소리의 특징을 활용해 음향관측 자료에서 이들 고래의 소리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연구팀은 남극바다에 설치한 관측망을 활용해 멸종 위기종 및 다른 해양동물들의 서식 연구와 더불어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로 식별된 10만 건 이상의 고래 신호 자료는 일반에 공개됐으며,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고래의 시공간적인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이 일으킨 공해 때문에 고래의 소통수단이 치명적으로 방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선박의 엔진 돌아가는 소리, 수중 물체를 찾는 음파탐지기(SONAR), 바닷속 석유나 천연가스 탐사에 쓰이는 ‘공기 대포’ 등이 고래 의사소통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혹등고래를 관찰한 결과를 보면 선박이 1200m 이내로 지나갈 때 혹등고래는 울음소리, 즉 저주파 발신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 공해가 온종일 이어지는 바다에 사는 고래들의 스트레스는 인간으로 치면, 하루종일 시끄러운 차량 소리를 듣고 있는 수준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로 인해 해양동물들이 짝짓기와 먹이 찾기, 포식자 회피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벨사이언스 유아연 미주특파원  webmaster@nobelscien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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