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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생리·의학상, 게놈 연구로 인류기원 밝혀내다단독 수상한 스웨덴 출신 ‘스반테 페보’…아버지 이어 2대째 영예
  • 노벨사이언스 유아연 미주특파원
  • 승인 2022.10.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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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스반테 페보 박사.(노벨위원회)

고대 인류의 유전체에서 현대인과의 연결 관계를 발견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혀낸 스웨덴 출신의 유전학자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영광을 안았다. 스반테 페보 박사는 현대인과 예전에 멸종된 고대인을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규명했으며 고유전체학이란 새로운 학문 분야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다움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반테 페보(67)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를 선정했다. 페보 박사는 멸종한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과 인간 진화에 관한 비밀이 담긴 게놈(유전체)에 대해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페보 박사는 멸종된 인류의 게놈과 인간 진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현생 인류의 면역체계가 감염에 어떻게 반응하고 인류가 인간다움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 인류의 과학과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수상 업적을 평가했다.

페보 박사는 1955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왔지만, 의사가 되는 길을 걷는 대신 인류 진화 연구로 한 우물을 파면서 이날 노벨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1986년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쳤다. 1990년 독일 뮌헨대학의 교수가 된 이후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그의 연구 업적 중에서는 특히 현생 인류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해독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독일 박물관에 직접 연락해 네안데르탈인 뼛조각을 손에 넣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 수상에서 주목할 점은 페보 박사의 아버지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아버지는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으로 빌산·콜레스테롤의 생합성 및 대사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에서 자신이 수네 베리스트룀 전 세계보건기구 의학연구협의위원회 위원장의 혼외자임을 고백했다. 베리스트룀(1916~2004)은 지방산 연구 업적으로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부자가 나란히 노벨상을 받는 기록이 나온 것은 아서 콘버그(1959년)-로저 콘버그(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에 페보 박사는 123년 노벨상 역사상 7번째로 ‘부자(父子)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의 어머니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화학자 카린 페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2~3명이 공동 수상하는 추세인 가운데, 페보 박사의 이번 단독 수상은 2016년 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을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 이후 6년 만이다.

스반테 페보 박사는 고대 인류의 유전체에서 현대인과의 연결 관계를 발견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혀낸 공로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1909년 프랑스의 라 페라시 동굴에서 발된 성인 남성의 가장 완전한 네안데르탈인 해골 중 하나.(위키피디아)

‘원시게놈학’을 탄생시키다

페보 박사와 고유전체학이 불러온 파장은 인류의 유전적 과거를 통계적 추론의 대상에서 실험적 관찰의 대상으로 바꾸었다. 그는 수련 과정과 초기 교수 생활 동안 꾸준히 시도해 왔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연구를 1997년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디렉터(소장)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는 2006년 핵유전체 일부 해독, 2008년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완전 해독, 2010년 유전체 초안 해독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페보 박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다시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호미닌과 만나 유전자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인물이다. 그는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나온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었으며, 이후 ‘원시게놈학’(paleogenomics)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탄생시켰다.

페보 박사는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나온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으며, ‘원시게놈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탄생시켰다.(노벨위원회)

그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호미닌인 ‘데니소바인’의 DNA를 바탕으로 해당 고대인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기도 했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된 고대 인류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인류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면 페보 박사의 연구는 인류의 유전학적 진화 역사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30만 년 전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아시아에 40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연관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페보 박사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호모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표적 유전자 중 하나가 티베트 등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EPAS1 유전자로 ‘높은 폐활량 유전자’로도 알려졌다. 다양한 만성질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에 유입됐다는 후속 연구도 공개됐다.

특히 페보 박사의 발견을 통해 고대 인류의 유전자 서열이 현생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페보 박사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서열을 처음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수만 년 전 멸종한 인류 화석은 미생물과 같은 환경 영향으로 오염돼 정확한 게놈 분석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에 이어 데니소바인의 게놈까지 해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를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페보 박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다시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호미닌과 만나 유전자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노벨위원회)

또한, 그는 네안데르탈인이 통증을 느끼는 기준이 낮다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한국에도 저서 중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2015)가 소개되는 등 널리 알려진 과학자다.

고인류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기능

고인류 유전체는 인류 진화의 이해 외에도 우리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유전학 연구에도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질병 감수성, 약과 치료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유전적 차이의 상당 부분을 고인류에게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중증화 가능성을 낮추는 12번 염색체상의 변이가 네안데르탈인 조상에게서 유래했다는 페보 박사의 최근 연구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초 페보 박사는 50KB(킬로바이트) 정도 유전체 부위, 즉 인간 게놈의 0.002%에 해당하는 한 부분이 심각한 코로나19 감염 및 입원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코로나19 중증 질환 원인 유전자 중 하나인 3번 염색체 유전자 영역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다.

특히 이 부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고, 이는 일부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더 취약하다는 한 가지 이유를 밝힐 뿐만 아니라, 인간 진화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페보 박사의 연구 덕분에 현재 피부 유전자, 크론병, 당뇨병 같은 몇몇 질병 유전자들이 사라진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유인원과 달리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으로 언어 발달과 관련된 FOXP2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네안데르탈인의 FOXP2 유전자가 현생 인류와 동일하고 우리와 유사한 언어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이 특히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스반테 페보 박사는 고대 인류의 유전체에서 현대인과의 연결 관계를 발견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혀낸 공로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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