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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물리학상, 양자컴퓨터·양자통신 시대를 열다‘양자역학’ 이론을 재증명하고 ‘양자 얽힘’ 밝혀내…3명 연구자 공동 수상
  • 노벨사이언스 - 윤정화 기획위원
  • 승인 2022.10.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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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톤 차일링거(노벨위원회), 알랭 아스페(노벨위원회), 존 클라우저(노벨위원회)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 현상을 검증하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물리학자 3명이 수상했다. 실제 실험을 통해 얽힌 상태의 입자를 조사하고 제어할 가능성을 열었다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연구는 양자 컴퓨터나 양자 암호화 통신 등 양자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들의 기반이 됐다.

특히 아인슈타인마저도 부정한 양자역학 이론을 재증명하고 ‘양자 얽힘’을 밝혀냄으로써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양자 얽힘 현상을 검증하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노벨위원회)

아인슈타인도 부정한 ‘양자역학’의 증명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알랭 아스페(75) 프랑스 파리 샤클레이대 겸 에콜 폴리테크니크 교수, 존 클라우저(80·미국) J F 클라우저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77)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은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가정하는 ‘벨 부등식’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해 양자역학 이론을 재증명하고 ‘양자 얽힘’을 밝혀냄으로써 양자정보과학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확률론으로 과학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양자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이 가장 반대했던 개념은 두 입자가 시공간을 초월해 얽혀 있다는 개념인 ‘양자얽힘’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역학적 설명은 불완전하다는 내용의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EPR)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 얽힘’에 대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얽힘 현상이 ‘텔레파시 같은 방법’으로 묶이는 ‘먼 곳에서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비꼬며, 1935년 친구인 포돌스키, 로즌과 함께 10억광년이 떨어진 곳의 한 광자에 순간적으로 다른 광자의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고실험을 한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즌 역설’(EPR 패러독스)이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얽힌 상태의 입자를 조사하고 제어할 가능성을 열었다.(노벨위원회)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아인슈타인마저도 부정한 양자역학 이론을 재증명하고 ‘양자 얽힘’을 밝혀냄으로써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노벨위원회)

이번에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가 

이 EPR 논문에서 지적한 양자역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다.

클라우저 창립자는 벨의 부등식을 발전시켜 실제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의 연구는 벨의 부등식이 위배된다는 점을 증명하며 기존 고전 양자역학 이론이 성립함을 증명했다. 학계는 벨이 제안한 부등식에서는 양자역학이 고전적 세계관과 충돌하지만, 클라우저 창립자는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며 이론적으로 발전시켜 결국 벨의 부등식이 깨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클라우저의 연구 역시 몇 가지 허점이 존재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아스페 교수는 1982년 이런 허점을 채우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아스페 교수는 레이저로 칼슘 원자를 들뜬 상태로 만들어 이 상태가 다시 바닥 상태로 떨어질 때 방출되는 얽힌 상태의 광자를 실험했으며, 벨의 부등식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차일링거 교수는 이론과 실험으로 증명된 양자 얽힘 현상을 실제 활용한 연구를 제시하게 된다. 차일링거 교수는 양자 상태를 한 입자에서 멀리 떨어진 입자로 이동할 수 있는 ‘양자 순간이동’이라는 현상을 시연했으며,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차일링거 교수의 제자인 판젠웨이 중국과학원(CAS) 소속 중국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1월 4600km 떨어진 곳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양자컴퓨터 이론적 단초 제시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그동안 강력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 후보자로 예측돼왔으며,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것에 이견이 없는 수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12년 전 ‘울프 물리학상 시상식’이 재연되기도 했다. 아스페, 클라우저, 차일링거 등 세 연구자는 2010년 양자 얽힘 현상을 검증한 같은 업적으로 울프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울프상은 이스라엘 발명가인 리카르도 울프가 설립한 울프재단에서 주는 상으로, 수학자와 과학자, 예술가에게 매년 시상하는데 과학계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있는 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스페 교수는 레이저로 칼슘 원자를 들뜬 상태로 만들어 이 상태가 다시 바닥 상태로 떨어질 때 방출되는 얽힌 상태의 광자를 실험했으며, 벨의 부등식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노벨위원회)

이들 세 연구자가 울프상을 수상한 후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12년이란 시간차가 있다. 그간 이들이 벨 부등식이 위배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고, 양자역학과 고전적 세계관이 충돌한다는 이론을 발전시킨 시간이다.

학계는 양자컴퓨터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세 연구자는 ICT(정보통신기술)은 물론 경제·산업 경쟁력과 국가안보 체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이론적 단초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정보처리에 적용한 미래 컴퓨팅 기술을 통칭한다.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르다. 일반 컴퓨터는 0 아니면 1로만 계산하며, 이때 사용되는 연산단위가 1비트(bit)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계산한다. 즉 0과 1이 분리되지 않아 많은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속도 향상은 양자역학 현상인 중첩, 얽힘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자역학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학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양자역학에서는 전자를 측정하는 행위가 전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전자가 측정되기 전에는 특정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양자역학에서는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2개의 입자가 있을 경우 하나의 입자를 측정하면 나머지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자동으로 결정된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의 경우 두 입자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한 입자의 상태가 나머지 입자에게 빛보다 빨리 전달돼야만 한다는 EPR 역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이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EPR 이론’이다. 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들을 각각 측정하는 것은 두 개의 독립적인 사건이기에 국소성이 있다고 가정한다. 또 두 입자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관측자가 알 수 없는 숨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이 1960년대 이 국소적인 숨은 변수 이론이 양자역학의 모든 통계적 예측을 재현해낼 수 없다며 ‘벨 이론’과 이를 수식화한 ‘벨 부등식’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이후 기존 양자역학을 부정한 벨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노력이 수십년 간 이어졌다.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이러한 벨 부등식의 한계를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고전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임을 증명해냈다.

‘스타트렉과 ‘엔트맨’의 상상이 현실로!

빛보다 빠른 정보전달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양자 상태의 원격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1965년 존 스튜어트 벨에 의해 측정된다. 이후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한 양자 원격이동 개념은 미국 물리학자 찰스 에이치 베넷(79)에 의해 정리됐다.

이들은 얽힘 현상을 이용하면 양자 원격이동이 가능하다는 주장했으며, 베넷의 가설은 4년 뒤인 1997년,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차일링거 연구팀과 프란시스코 데 마르티니 연구팀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차일링거 연구팀은 광자를 측정한 뒤 케이블을 통해 1m 떨어진 곳에 전송해 원래와 똑같은 상태의 광자를 만들어냈다.

영화 <스타 트렉>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 선장 커크처럼 인간이나 물체가 원격이동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10의 29제곱 개의 원자를 한꺼번에 읽어낼 양자 컴퓨팅 스캐너의 발명 자체가 어렵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양자 컴퓨터의 등장은 올해 노벨상을 받은 세 과학자의 연구 성과로 인해 ‘영화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게 됐다.

영화 <앤트맨>에서도 주인공 스캇이 실종된 줄 알았던 재닛과 정신적으로 연결된다. 행크핌 박사는 “두 사람이 양자 얽힘 상태”라고 말했다. 거리와 무관하게 양자 상태로 얽혀있는 현상을 언급한 것이다. 또 앤트맨에서 몸이 분신처럼 여러 상태가 보인 장면으로 양자역학 속 ‘중첩’ 상태를 표현했다.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정보라도 중첩과 얽힘으로 연결돼 더 많은 계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앤트맨>의 상상 역시 이번 노벨수상자들의 연구로 보다 현실이 됐다.

노벨사이언스 - 윤정화 기획위원  webmaster@nobelscien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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