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유두종 바이러스(HPV)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출 진단 플랫폼 개발

- 의료 소외지역의 자궁경부암 예방 등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 활용 기대

이학호 교수(교신저자), Cesar M. Castro 교수 (교신저자), 이창열 박사 (제1저자)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를 조기에 발견하여 신속히 치료함으로써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PCR을 통한 HPV바이러스 DNA 검사가 자궁경부암의 신속, 정확한 선별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PCR 기반 HPV DNA 검사는 높은 비용과 중앙화된 설비를 필요로 하므로 의료환경이 열악한 중·저소득 국가, 지역에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가능한 저가보급형 HPV 진단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한‧미 공동연구진이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이창열 박사팀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팀과 함께 인체유두종 바이러스(이하 HPV, Human Papilloma Virus)를 신속하게 검출할 수 있는 현장진단 시스템을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HPV는 피부에 접촉해 감염되면 사마귀를 발생시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HPV 현장진단 시스템(CreDiT) 핵심기술 모식도

특히 생식기 점막에 감염되면 자궁 상피세포로 침입하여 여러 단계의 종양을 거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므로 백신을 맞거나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세포검사, 아세트산 시각검사, PCR 검사 등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진단법은 전문 의료시설이 필요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 의료환경이 열악한 중·저소득 국가, 지역에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검사에 필요한 설비 및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검사 보편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기반의 핵산 검출 기술과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융합해 고감도로 표적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장에서 신속하게 HPV를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HPV 현장진단 시스템(CreDiT) 이미지 및 내부 구조도

연구팀은 한 번에 최대 12개의 시료를 35분 이내에 분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진단 시약도 고형화하여 현장 운송 및 보관이 쉽게 하였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 플랫폼은 임상 시료 169개를 모두 정확히 분석해 높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해내며, 향후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한 국가, 지역의 의료 소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이창열 박사는 “HPV 진단의 보편화를 촉진하여 그간 원인도 모른 채 자궁경부암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의료 소외계층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실제 의료환경이 열악한 우간다와 가나에서 현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는 “향후 진단 프로브를 다양화하여 자궁경부암 이외의 다른 암 바이오마커 및 신종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진단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HPV 현장진단 시스템(CreDiT)의 진단 능력 검증을 통한 임상 적용 가능성 확인

이번 연구는 7월 25일 세계적 과학저널인 Nature Communications(IF 14.7)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으며, 논문명은 Empowering the on-site detection of nucleic acids by integrating CRISPR and digital signal processing / 교신저자 :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Cesar M. Castro 교수 / 제1저자 : 생명연 이창열 선임연구원, 하버드 의과대학 김현호 ·Ismail Degani 박사 등이다 

미국 국립보건원(US NIH),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생명연 주요사업, 교육부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과기정통부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 연구내용

○ 이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분자진단 기술과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융합하여 HPV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출할 수 있는 현장진단 시스템, CreDiT을 개발함

○ 이 시스템은 자궁경부에서 채취한 검체에 대해 35분 이내에 HPV DNA를 고감도로 검출하였으며, 한 번에 최대 12개의 시료를 처리할 수 있음. 또한, 진단 시약을 고형화하여 저온 관리 없이 보관 및 휴대가 가능함

○ 이 시스템을 통해 여러 지역 병원에서 확보한 임상 시료(169개)를 정확히 분석하여 높은 임상 적용가능성을 검증함

□ 연구성과의 의미

○ 융합연구를 통한 분자진단 분야 혁신: 분자진단에서부터 광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에 걸친 다학제 융합연구를 통해 표준검사법인 PCR에 수반되는 설비, 비용 등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

○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의 보편화 및 임상결과 개선: HPV 현장진단 시스템의 저가 보급을 통해 모든 국가, 지역, 계층에 대해 HPV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 이는 자궁경부암 위험의 발견 및 치료를 앞당겨 이로 인한 인류의 피해를 최소화

○ 다른 암, 신종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본 진단시스템을 바탕으로, 다른 암 바이오마커 및 신종감염병에 대한 진단 프로브를 설계하고 기술 요소들을 개선해나가며, 다가올 미지의 위협에 보다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 가능

□ 용어해설

1. 인체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 사마귀를 일으키는 유두종 바이러스 군의 일종으로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100여 종 중에서 40여 종이 생식 기관에서 발견되며, 자궁경부 상피 내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암성 인체유두종 바이러스 중 16, 18번이 가장 중요하고 전 세계적으로 70% 이상의 자궁경부암에서 발견된다.

2. 분자진단

◦ DNA, RNA와 같은 핵산 분자를 분석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3. 디지털 신호 처리

◦ ‘Walsh-Hadamard Transform’ 기법을 기반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직사각형 파형의 이진 직교 함수들의 합으로 변환하는 수학적 기법이다. 실수만을 사용하므로 복잡한 계산 없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신호를 처리할 수 있으며, 외부 간섭에 강한 신호 검출에 유리하다.

4. 자궁경부암 위험도 검사 방법

◦ 세포검사(Pap smear test) : 자궁경부에서 세포를 긁어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 이상세포 또는 전암성 병변을 조기 발견할 수 있으나, 검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진단정확도가 낮음

◦ 아세트산 시각검사(Visual Inspection with Acetic acid, VIA) : 아세트산을 자궁경부에 바른 후 시각적으로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 판독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진단정확도가 낮음

◦ PCR 검사 : HPV바이러스 DNA를 검출하는 분자생물학적 방법.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초기 감염을 발견할 수 있으나, 비용이 높고 전문화된 장비, 인력을 필요로 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홍보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