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이 유력한 한국인 과학자

•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국내 학자
•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 노벨상 받을 예상되는 연구자 22명에 포함 
• ◆임지순 포항공대 교수 … 물리학 분야에서 그래핀 분야 연구 선도 
• ◆유룡 KAIST 교수, 현택환 서울대·IBS 교수, 김기문 포항공대·IBS 교수 … 화학 분야,
• ◆김진수 서울대·IBS 교수 … 생리의학 분야, 
• ◆ UNIST  석상일 교수 … 사이언스 네이처가 주목하는 과학자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노벨상 가능성

 노벨상에 늘 목마른 한국, 그렇지만 노벨상에 가까이 다가갔거나 가능성이 있는 연구분야가 있다. 올해는 박남규 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 가능성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 연구와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분야는 무엇일까.

모두가 폄하했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패로브스 카이트 테양전지

국내 기초과학분야 연구자 10명 중 3명은 우리나라가 6~10년 안에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국내 과학자들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7.27%가 예상 소요기간을 ‘6~10년 정도 걸린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리의학(24%)과 화학(20%), 물리(15%) 분야의 순서로 최초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목을 받았다.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가까운 장래에 노벨상

그린핀

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자 22명을 발표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과학 분야 최고 연구자를 식별하기 위해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의 자료를 분석해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학자들을 꼽아 온바 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올해 선정한 화학, 생리의학, 물리학, 경제학 분야 피인용 우수 연구자 22명 중 한국인 과학자는 박남규 교수가 유일하다.

박 교수가 공로를 인정받은 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를 태양전지에 적용한 연구로, 박 교수팀은 효율이 9.7%이며 500시간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2012년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AMX3(A는 양이온, M은 금속 양이온, X는 음이온)형 큐빅 구조를 갖는 물질인데, 1839년에 발견됐지만 태양전지에 활용된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전지,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기반의 1세대 태양전지는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제작 단가가 비싸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싸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이후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관련 논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작년에만 2천 편 이상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

박 교수가 꼽은 가장 의미있는 논문은 ‘나노스케일’에 발표한 2011년 논문이다. 당시만 해도 광전환 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너무 낮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서도 연구 결과를 폄하할 정도였다.

박 교수가 태양전지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1997년 당시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원리를 이해하고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시작할 때다. 1999년 귀국한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태양전지 연구를 이어가게 된다.

이후 이 태양전지의 광흡수효율이 낮아 새로운 재료를 찾던 중 페로브스카이트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성균관대에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전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미 2014년부터 박남규 교수가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도 아닌 그가 유력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그저 연구가 재밌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주변에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하는 우수한 연구자들과 학생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 박 교수는 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어떠한 이유로 이처럼 우수한 광흡수 특성을 갖는지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

등장 5년 만에 실리콘 태양전지에 맞먹는 효율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이 전지는 개발 초기 효율이 낮아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전지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흙 속의 진주를 캐듯 연구를 키워냈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

2010년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그래핀(graphene)이라는 신 물질로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2004년 연필심을 갈아 만든 흑연을 스카치테이프에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는 아이디어로 얇은 막의 그래핀을 처음 분리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UNIST 석상일 교수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김필립 현 하버드대 교수는 간발의 차로 첫 발견의 영예는 놓쳤지만, 이듬해 네이처지에 이들 수상자와 나란히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함 주목받았다. 이에 당시 노벨상에 김 교수도 공동수상으로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 한국인으로서 노벨과학상에 가장 근접했던 사례로 남게 됐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6각형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평면 구조물로, 머리카락 25만 분의 1 두께의 종이 형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 규모에 비해 가진 능력은 막대한 그래핀은 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전기가 잘 통한다. 또 전자 이동성도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의 100배이며, 투명하고 신축성까지 좋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지금 거론되는 응용 분야만 해도 자동차 외장재와 휘는 디스플레이에서 반도체·이차전지·방열재·방탄복·나노잉크·조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래핀을 빼고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건 무의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또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유력 후보자가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과학자였을 만큼 중력파 연구는 수년 내 노벨과학상 수상이 유력한 분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중력파 연구를 주도적 진행 중인 정부 출연연구기관 한국천문연구원(KAS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등 3곳이 적극적으로 공동 연구에 나선 상태다.

유전정보 전달 담당하는 핵심물질 ‘마이크로 RNA’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향후 노벨과학상 수상이 유력한 한국인 연구자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를 꼽는다. 김 교수는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연구자로도 예측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국내 학자로 꼽히는 이유는 마이크로 RNA(miRNA)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밝히고, 줄기세포와 암세포 RNA의 기능을 규명해 ‘네이처’, ‘셀’ 등 세계 유력 학술지에 10편의 논문을 실은바 있다. RNA는 DNA, 단백질과 함께 생명체의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핵심 물질로 노화방지, 생명연장 연구의 핵심 과제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4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임용됐으며, 서울대는 지난 달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를 첫 여성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석좌교수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에게 주어지는 직위다.

또한 노벨과학상 수상에 근접한 한국인 연구자로는 물리학 분야에서 그래핀 분야 연구를 선도한 임지순(포항공대) 교수, 화학 분야의 유룡(KAIST), 현택환(서울대·IBS), 김기문(포항공대·IBS) 교수, 생리의학 분야의 김진수(서울대·IBS) 교수 등이 꼽히고 UNIST 석상일 교수는 사이언스 네이처가 주목하는과학자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이다.

                                                                                                                           <유아연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