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과는 달리 과학 분야 노벨상을 단 한 건도 내지 못한 우리 과학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는 매년 여러 언론에서 터져온다. 매년 노벨상 시즌만 되면 과학계와 언론, 국민 모두는 노벨상에 기대를 모으지만 결국 결과에 실망스러워하는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젊은 과학자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과학계 대부분이 공감하는 문제다. 연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이 노벨상을 만든다.

장기적 연구 환경이 중요

아직 단 한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노벨과학상을 위해 젊은 과학자를 키워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노벨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총 590명, 이들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30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독자적인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를 주도하는 연구 수행을 불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대부분 과학자들은 지금의 연구환경을 꼽는다.

무엇보다 실패확률이 높은 도전적 연구와 한우물 파기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잦은 평가와 정량적 평가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현재 논문 수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환경이 잠재력 높은 연구자의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지원 등 순수기초연구 확대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그 동안 우수연구 수행에 발목을 잡던 열악한 연구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R&D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진연구자들은 초기 정착시기에 남과는 다른 새로운 연구주제를 탐색하게 되며, 이런 시점에 적정한 수준의 연구비가 지원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를 장기간 진행한다면 노벨수상도 가능할 것이 과학계의 관측이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계 연구 환경은 젊은 과학자들에게는 연구에 전념하기 열악한 구조다. 단기성과에만 급급하기보다, 젊은 과학자에 힘을 실어주고 장기적 안목의 연구시스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과주의 벗어나야

우리나라의 과학적 성과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젊은 과학자를 지원해주지 못하는 현재 시스템과 함께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논문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은 자유로운 주제와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도 꼭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식으로 연구 제안서를 쓴다고 쓴소리를 낸바 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는 과학자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파는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과 지향적 평가에 집착하는 한국 과학계 문화를 비판했다.

성과주의 폐단으로는 2014년 일본을 뒤흔든 스탭(STAP·자극야기성 다성능 획득) 세포 논문 조작 사태를 예로 들 수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네이처에 단순한 방식으로 만능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논문 조작극으로 결론 났고 교신 저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과학자가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는 성과주의에 집착해 연구 절차와 원칙을 망각한 사례다.

성과주의 문화의 배후에 사이언스와 셀,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가 있다고 과학계는 지적한다. 이들 학술지는 대부분 흥행을 위해 논문을 선택하고 저널의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참신한 연구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의 주도적인 참여가 중요하며, 누구나 논문을 자유롭게 내고 과학자들에게 엄정하게 평가받는 인터넷 기반의 오픈액세스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이끌어갈 향후 5년이 우리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인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바이오경제 시대를 대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려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장애물은 부처 간 장벽, 나눠 먹기식 지원, 일단 모든 것을 막고 보는 포지티브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교육부 등 7개다. 부처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르고 규제와 지원 등 역할도 제각각이다보니, 규제에도 중복이 생기고 의사소통, 결정 과정에서 비효율과 불필요한 조정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손발을 묶어놓는 포지티브 규제 대신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되, 문제가 생기면 엄중히 처벌하고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와 규제 완화 필요성은 정부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 등 범용 유망 기술 촉진법을 만들고 정부 차원에서 사업화연계기술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한 통합연구정보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과학자 키우겠다는 정부정책

이러한 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과학기술 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먼저 국정위는 최초 혁신실험실 구축 연구비, 생애 기본 연구비, 과제 기반 영년직 교수제 도입, 미취업 석·박사 기업 연구과제 참여 지원 등 신진·중견연구자 등을 포함한 육성책을 내놨다. 고급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이 특히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는 최초 혁신 실험실 구축 연구비는 신진연구자가 연구를 시작할 때 빨리 현장에 정착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시설·장비 구축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생애 기본 연구비는 중견 과학기술인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를 지속해 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지원 사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신진연구자들은 실험실을 세팅해야 하는 시기에 정착비가 없어 연구의 골든타임을 대부분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국내 과학계 종사자 대부분은 선진국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에는 과학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전임교원의 기초연구과제 수혜율은 22.6% 정도로, 이번 지원책을 통해 기초연구과제 수혜율을 50%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위는 박사 후 연구원 근로계약 체결, 4대 보험 보장 의무화, 중소기업 R&D 부서에 취업한 청년 과학기술인 연금 지원 등 청년 과학기술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인해 신진 핵심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젊은 과학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1300여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순수기초 분야 연구 지원 예산 2배 증액, 자유 공모 연구비 비율 2배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가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우리나라 연구자의 70%는 5000만 원 이하 연구비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어, 이 때문에 수준 높은 연구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처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낮은 이유는 투자 대비 생산성이 낮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기초연구비로 1조 2600억원을 배정했고, 내년엔 1조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