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강타한 이상기후, 영화처럼 ‘기후조작’ 가능할까

인공강우 기술 가장 많이 활용…탄소흡수 숲조성이 가장 좋은 방법

전 지구촌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때 이른 혹한도 이상기후 현상에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겨울 태풍’으로 인한 살인적 혹한과 눈폭풍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상 기후 때문에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기상청의 한탄, 과연 날씨를 인간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지오스톰

기후를 조작한다는 ‘하프 음모론’

최근 기후조작을 담은 영화 ‘지오스톰’이 개봉됐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 인간이 기후를 조작하면서 시작된 지구의 대재앙을 그렸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기후조작으로 인한 재앙 의혹은 이미 현실속에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는 2004년 12월 26일 규모 8.9에 달하는 해저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해일이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약 30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엄청난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그러나 영국 BBC는 이 사건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닐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언론은 당시 인도양에 주둔한 미해군 기지가 4,000 여명의 군인과 인력들을 사전 대피시켜 아무런 피해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 알래스카에 설치된 대규모 안테나 장치인 하프(HAARP)연구소가 기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러한 가운데 하프의 창시자인 버나드 이스트런드 박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을 통해 미군이 오래 전부터 지구의 기후를 조작하고 있었다고 폭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제공

기후조작이 의심되는 또 다른 사건들도 있다. 2008년 중국의 쓰촨성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쓰촨성의 하늘이 보라색 오로라로 뒤덮이는 전조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대지진으로 7만 명이 사망했다.

2010년에는 5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규모 7.0의 아이티 대지진 발생했는데, 지진 3시간 전에 하프에서 빛이 번쩍인 뒤 아이티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춰지는 현상이 위성사진을 통해 발견되는 등 의심스런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러한 정황들이 그저 의혹인지, 아니면 근거있는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상기후는 환경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원인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세계 최초의 기후협정 국제법인 ‘파리협정’이 의미가 큰 이유다.

파리협정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변화를 동참했다. 무엇보다 해당 협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만큼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파리협정 체결 전후인 2014∼2016년 세계 탄소배출량은 3년 연속 비슷한 수준으로 억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기

그러나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위기감과 국가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정말 기후조작은 가능할까?

기후조작을 주장하는 지구공학은 사실상 학계에서도 금기시 돼 왔다. 인간이 지구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내포하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위기감이 커지고 덩달아 과학기술을 통해 직접 기후변화에 개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지적인 기상 정도는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기상 변화 기술은 안개 제거, 우박 제어, 태풍 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기술은 인공강우다.

미국에서는 1946년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은 해당연도에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소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속으로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한 실험을 통해 인공강우 개발에 성공했다.

다음 해 드라이아이스보다 요오드화은이 인공강우용 구름씨 물질로 더욱 적당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공강우 항공실험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래서 1950년, 미국에서 기상조절학회(Weather Modification Association)가 설립됐으며, 이후 인공강우 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도 인공강우 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 인공강우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들도 인공강우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올림픽 개막 한 달 전부터 로켓발사대 5000대, 대포 7000문과 5만3000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강우 팀’을 가동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 달에 걸쳐 베이징 상공에 화학물질을 담은 대포를 발사해 매연과 미세먼지를 씻어낼 비를 내리게 했다. 베이징이라는 거대 도시 전체에 한 달 동안 인공강우가 시도된 사상 초유의 일로 평가됐다.

인공강우 실험

2015년에는 랴오닝성이 6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자 인근 360㎢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비를 내리게 했다. 6월 27일 인공강우를 통해 내린 비의 양은 모두 8억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도 전체에 50㎜의 비가 내린 것과 맞먹는 양으로 인공강우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그러나 잦은 인공강우로 다른 지역의 비구름 형성을 방해해 각 지방정부끼리 분쟁 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인공강우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근거리 적국의 가뭄을 유도하기 위해 잦은 인공강우를 일으켜 전략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인공강우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효과는 반나절 정도에 그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날씨 조절을 위해 18조원을 투입했다.

태양 빛을 반사하는 미세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는 대책도 논의 됐다. 그러나 그 실험결과 열대성 폭풍에 영향을 주는 등 또 다른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기상청 국제 연구팀이 지구의 대기와 해양의 변화를 예측하는 최첨단 기후모델로 조사했으나, 미세입자를 뿌리는 범위에 따라 북대서양 열대저기압이 약해지거나 강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인공적인 대책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에 있는 사헬 지역에 심각한 가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도 제기됐다. 특히 이 지역은 이미 기후 변화 때문에 피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37개국에서 150여개 이상의 날씨 변경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인공적인 기상 변화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생활에서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오스톰

기후조작 안하면 기후재앙 닥친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조작을 안하면 오히려 기후 재앙이 닥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문제로 인해 사람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가장 최근 예로는 지난해 12월 인도의 수도 델리 페로츠 샤 코틀라 그라운드에서 열린 스리랑카와 인도와의 크리켓 국가대항전이다.

당시 목격자들은 필드에서 선수들이 하나둘 쓰러지더니 구토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한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고, 대기실에는 위급상황에 대비한 산소통도 준비됐다. 그러나 경기 도중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결국 대회는 중단됐으며, 이는 심각한 스모그로 국제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인공적 기후조작’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탄소 흡수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숲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기후공학자들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여 지하에 저장하거나 중화시키는 기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뿌려 햇빛을 가리거나, 식물플랑크톤을 증식하는 등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아연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