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의 인체 침투경로에 관한 연구

수상자: 로널드 로스(Ronald Ross)

19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라리아의 생체침투법 발견으로 말라리아 치료법 연구의 초석”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하여 로널드 로스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원문참조)[1]: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1902 was awarded to Ronald Ross “for his work on malaria, by which he has shown how it enters the organism and thereby has laid the foundation for successful research on this disease and methods of combating it.”

로널드 로스(Ronald Ross)(1857~1932):

영국의 세균학자. 1875년 런던에 있는 세인트 바솔로뮤 병원 의학교를 졸업 하였으며, 1881년에 인도 군의단에 입단한 뒤 1892년부터 말라리아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1902년에 리버풀 열대병 의학교(현 리버풀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1911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1912년에는 런던 킹스 대학교병원 고문의가 되었다. 1926년에는 그를 기념하여 설립된 로스 열대병 병원 및 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말라리아가 모기의 기생충에 의해 전염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말라리아 예방에 기여하였으며, 과학에 있어 생물학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수상자 선정 심사위회장의 발표문)[2,3]: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알프레드 노벨 박사님은 노벨재단을 설립하면서 본 상이 갖는 국제적인 의미를 매우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노벨재단을 통하여 인류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형제라는 생각, 그리고 의학과 그 발전에 폭넓은 관심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라와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의학 연구자들에게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즉 인체와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반응들, 그리고 인체에 해를 끼치는 요인들과 그 방지책에 관해 더 완전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의학 연구자들은 한마음으로 이 목적을 추구하며, 하나의 동료의식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으며, 이는 연구자들에게 멀리 내다봄으로써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합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질병의 종류와 심각성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는 여기 스웨덴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질병이지만, 다른 지역 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탈리아에서는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 15,000명에 이르고, 해마다 200만 건 이상 발병합니다. 1897년 에는 영국군 178,000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고, 76,000명이 고열로 입원하였습니다. 인도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 1897년에만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이 500만 명이나 넘었습니다. 이제 말라리아는 매우 폭 넓은 영역에서 창궐하는 질병이 되었으며, 국가의 발전에도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말라리아의 원인과 그것이 인체의 조직 속으로 침투하는 방법에 관해, 그리고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들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프랑스 육군의 외과 의사인 라베랑 박사는 20년 전 말라리아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말라리아 환자의 혈액에서 하등 생물체를 발견하였고, 그 하등 생물체가 말라리아라는 기생충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발견으로 라베랑이라는 이름은 말라리아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20년간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라베랑 박사님의 발견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들을 통해 중요한 사실들이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혈액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말라리아 기생충이 존재하며, 각각의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질병이 유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적혈구와 기생충의 관계도 밝혀졌으며, 기생충이 혈액 내에서 어떻게 번식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학자인 골지 박사는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혈액 속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종류의 기생충은 다른 포유류 또는 조류의 혈액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말라리아 기생충이 인체 외부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 그리고 사람의 혈액으로 어떻게 침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잘 알려진 다른 기생충들처럼 말라리아 기생충도 사람의 혈액 외부에서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분비물이나 배설물에서 말라리아 기생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흡혈 곤충들이 인간의 혈액 속으로 기생충을 옮김으로써 그 안에서 기생충이 번식하게 된다는 제안이 좀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모기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었고, 마침내 말라리아의 발병에 모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는 전통적 추론이 과학을 앞지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흑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기와 말라리아를 한 단어로 표현해 왔습니다. 말라리아에 관한 모기 이론은 18년 전 킹 박사가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론은 역학적 관찰에 의한 제안에 불과했으며, 다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추측에 머무를 뿐이었습니다. 189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시도되었지만, 미미한 가능성만을 보여 줄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영국의 패트릭 맨손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습니다. 피를 흘리면 기생충의 외관에 변화가 생기는데, 맨손 박사는 이 변화가 인체 외부에서 기생충이 살아가는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미국의 병리학자인 매컬럼 박사는 이 현상이 기생충의 번식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맨손 박사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하나인 필라리아(filaria)라는 작은 벌레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기가 옮기는 또 다른 기생충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중에는 특정 모기에 의해서만 옮겨지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말라리아에서 시작된 관찰과 자신의 연구가 말라리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로 맨손 박사는 보다 활발하게 연구하였으며, 마침내 모기 이론을 정립하였습니다. 하지만 영국에 살던 맨손 박사는 이를 실험할 기회가 없었으며, 이 문제는 인도에서 해결되었습니다.

영국군의 외과 의사로서 인도에서 근무하던 로널드 로스 박사님은 맨손 박사의 영향을 받아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는 실험실에서 부화시킨 모기가 말라리아 환자를 물게 한 뒤, 그 모기 속에 존재하는 기생충을 관찰하였습니다. 처음 2년여에 걸친 실험은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가능성만을 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1897년 8월, 드디어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흔치 않은 모기 종을 이용해 실험하던 그는 모기의 위벽에서 기생충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것이 인간 말라리아 기생충의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인간 말라리아 기생충에 관한 연구가 곤란해지자 로스 박사님은 같은 종류의 조류 말라리아 기생충으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조류 말라리아 기생충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에 상응하는 인간 말라리아에 관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기체내에서 조류 말라리아 기생충의 발달 과정을 증명하는 데에도 성공하였습니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모기의 위벽에서 수정이 일어나면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수정 후 태어나는 기생충은 위벽으로 침투하고 그 안에서 몸체에 구멍이 나 있는 단추 같은 형태로 자라납니다. 여기에서 생겨난 수없이 많은 가늘고 긴 원충은 구조물이 파괴되면서 모기의 체강으로 빠져나오게 되며 타액선이나 독선에 축적됩니다. 이런 모기에 물리면 모기의 입과 연결되어 있는 타액선 또는 독선에 있는 기생충이 옮기는 것입니다. 이때, 모기에 물린 사람이 기생충에 민감하다면 말라리아가 발병합니다.

말라리아에 대한 로스 박사님의 발견은 일련의 중요한 연구들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크게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그라시 박사는 비그나미 박사, 바스티아넬리 박사와 함께 인간 말라리아 기생충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들은 로스 박사님이 발견한 인간 말라리아 기생충의 초기단계를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기생충이 조류 말라리아 기생충과 동일한 방법으로 모기 몸속에서 성장한다는 것도 증명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그라시 박사는 사람의 말라리아 발병에 중요한 모기 종을 밝혀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로스 박사님과 그라시 박사, 로베르트 코흐 박사가 수행한 연구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매우 가치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은 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스 박사님의 연구는 말라리아에 관한 최근 연구들의 기반이 되었으며, 실용 의학이나 위생학에서도 중요한 과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로널드 로스 박사님께 수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로널드 로스 박사님!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말라리아에 관한 연구로 오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시는 박사님께 축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박사님의 발견으로 말라리아에 관한 숙제(미스터리)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발견은 생명과학에 있어서 생물학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으며, 의학적 중요성도 강조해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예방퇴치에 관한 연구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1902. 12. 10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장 K. A. H. 뫼르너

참고문헌:

1. http://www.nobelprize.org/ 스웨덴 노벨재단본부

2. http://www.nobel.or.kr/history, Nobel e-Library (사)한국과학문화진흥회

3. http://www.nobelscience.net/ 노벨사이언스, 한국노벨과학문화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