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노벨상 수상자’ 5인 초청한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 장용순 교장

“청소년기에는 누구를 만나느냐 따라 한 사람의 꿈이 달라질 수 있다”

•                                                                                                 ◇대담 : 이도수 발행인 ◇사진 : 김상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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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작은 여고에서 노벨수상자 5명 초청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청소년기에 나의 인생을 바꿀 만한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면 지금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많은 이들이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청소년기를 손꼽는다.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시기에 어떤 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순천의 매산여자고등학교(교장 장용순)에서는 이러한 청소년기의 특성에 주목, 학생들이 무한한 꿈을 가지고 제한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연구기관 및 명문 대학에서도 초청하기 어렵다는 노벨상 수상자를 5번을 초청, 강연을 듣게 하는 등 놀라운 교육 신념을 내보이고 있어 화제다.

2011년에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시라카와 히데키’를 초청, 강연을 시작한 이래로, 2012년에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클레지오’, 2013년에 ‘200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피터 그륀버그’, 2014년에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론 치카노베르’ 등을 초청, 특강을 개최한 것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그리고 올해. 지방의 한 작은 여고에서 노벨수상자를 5명 초청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순천매산여고 장용순 교장을 만나 그의 교육 신념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을 나누고 있는 장용순 교장(왼)과 이도수 본지 발행인 (우)

• ‘다양한 사람들, 세상 리드자’ 만나게 해 주는 생각
• 아이들 꿈을 위해 발이 닳도록 관계자들과 미팅

- 순천 매산여자고등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한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학교 소개부터 해 주시지요.

▲장용순 교장 = 저희 순천 매산여자고등학교는 1910년 4월에 미국 선교사이신 변요한 선생님과 고라복 목사님에 의해 설립되어 현재 역사가 107년 된 학교입니다. 1937년에는 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불복하여 자진 폐쇄했습니다. 그러다가 1946년 9월 조국 광복으로 매산중학교로 복교하였습니다. 1956년에는 순천 매산고등학교로 개명하였고 이어 1984년에는 순천 매산여자고등학교로 남녀학교를 분리하였고, 저는 2010년 4월 제20대 교장으로 취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 학교의 교훈은 무엇인지요.

▲장 교장 = 저희 학교 교훈은 ‘신애(信愛), 지성(至誠), 자치(自治)’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큰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예수님의 진리 안에서 살고 정직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로서 인격을 연마하며 그리고 일치단결 애국정신에 투철하자’는 것입니다.

- 순천 매산여고등학교에 노벨상 수상자가 5번이나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초청 특강을 개최하게 된 동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장 교장 = 저의 교육 신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누어주고 베풀고 돌보는 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저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꿈이 달라질 수 있기에, 저는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고,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죠. 수많은 고민 끝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다양한 사람들, 특히 세상을 리드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어떤 이들을 만나게 해 줄 것인가 생각했고, 결국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줄기가 되는 이들을 만나게 해 주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다양한 인사들을 학교에 초빙해서 만나게 해 주었는데, 그 중 한 부분이 노벨상 수상자들이지요.

- 노벨상 수상자의 초청은 국내 교육기관, 정부기관도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섭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좀 해 주시지요.

▲ 장 교장 = 노벨상 수상자는 개인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기 위해, 저는 제가 가진 모든 정보와 인맥을 동원했습니다. 특히 8년전 연수때 인연을 맺은 부산외국어대 김문길 명예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먼저 노벨상 수상자들이 다른 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들의 강의료는 상당한 수준의 금액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마련할 수도, 지불하지도 않았습니다. 실비와 통역비 정도의 수준으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수준이죠. 대신 남도의 특산품인 보성녹차를 주로 선물하곤 했었습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섭외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죠. 하지만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한 번 섭외하는데, 전화를 60통 이상 했어요. 언제 왔는지도 모르고, 와도 만날 수도 없어서 많이 힘들었고, 초청하는데 일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가 없었죠. 많은 이들이 저에게 비결을 묻지만, 전 사실 비결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전화를 많이 했고, 아이들의 꿈을 위해 오셔야 한다고 수없이 이야기했고, 발이 닳도록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주선했을 뿐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초청 섭외에 일년 걸려 ---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력 생각에 포기할 수가 없어

- 노벨상 수상자들이 학교에 와서 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물론 다섯 분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셨겠지만, 혹시 공통적으로 강조된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알고 싶습니다.

▲장 교장 =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죠.

조금 열심히 하다가 이건 아니구나 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이외에도 학생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질문을 하니까,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라고 권하시더군요.

저는 강연을 들으면서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슴 속에 꿈을 심을 수 있도록, 교육자들은 꿈을 심어줄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말입니다.

-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강 외에 일상 생활교과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 장 교장 = 저희 순천매산여고는 사립학교입니다. 사립학교는 교사가 이동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상당한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집니다. 누구보다도 학교에 대해 잘 아는 교사가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교사가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폐쇄성을 가질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는 것이지요.

저는 교장으로 부임하고, 학교의 변화에 대해 ‘대안’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대안은 ‘관계로 인적 자본 만들기’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대학과 MOU를 맺고,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죠. 11개 국내 대학 및 일본에 있는 학교와도 MOU가 체결되어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환경이겠다 하면 주저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 학교의 교직원은 점점 늘어나 현재 3286명이 되었습니다.

교육 환경의 제한을 없애주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은 역시 수업의 질입니다. 수업을 잘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행정이 앞서는 교육 현장이 아닌 수업이 중심이 되는 현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게 많은 이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독서와 인성이 필요 --- 자연스럽게 몸에 배일 수 있도록 환경조성

- 교장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확고하신 만큼,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으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고, 어떻게 교육을 진행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 장 교장 = 저희 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독서와 인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기초적인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도서관이 9곳이 있습니다. 책을 대출,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데, 도서관을 9곳으로 늘리기 위해서 저는 주변의 학교들과 도서관들을 살폈습니다.

이용 인원이 적은 학교들, 도서관들을 전부 개조하여, 우리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하였죠. 독서는 주로 4단계 읽기 - 듣기 - 생각하기 - 토론하기로 진행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일상적으로 읽는 한편, ‘정원을 품은 독서의 날’ 같이 특별한 날을 만들어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폭을 넓히기 위해 때로는 기차 타고 강원도까지 가기도 합니다. 문학관에 가 보기도 하고, 작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프로그램을 가지는 것이죠. 마지막 단계로, 토론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장소 역시 학교에 마련을 해 놨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나누는 일이 일상생활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여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서 외에 인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사람이 죽어 있는데도 한 달이 가도 모르는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겨나고 있는가, 앞으로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교육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먼저, 학교인근에 위치한 독거 노인 수를 파악하고 아이들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단순히 안마해주는 것이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 가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옷이 뭔가, 노인들이 신는 신발이 뭔가, 좋아하는 음악이 뭔가, 가서 살펴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수시로 가서 관찰하고, 도울 수 있도록 소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성이 억지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이야기,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그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역으로 교육 현장에서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을 할 수 있게 환경교육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 그간 시도되지 않았던 많은 교육적 변화를 이끌고 계신데,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장 교장 = 여수엑스포에 전 교사와 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간 적이 있습니다. 엑스포장에 천 명 단위의 학생들이 간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죠.

그런데 교통편이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버스 대절을 요청했어요. 될 듯하더니, 결국 어렵다고 하더군요. 기차를 타고 가게 되면 아이들이 모두 갈 수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멈추면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 하나를 잃는다 생각에 다시 연락했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전교생과 교사가 모두 다녀올 수 있었죠.

누구나 어려움은 겪습니다. 다만, 극복의 길은 포기하지 않거나 끝까지 견디고 이어가는 길입니다.

순천매산여고에서 미래 여성 노벨상 탄생 확실히 믿어

-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으로 매산 여고에서 큰 인재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산여자고등학교에서 어떤 인재들이 나오길 바라시는지요.

▲ 장 교장 = 우리 학생들은 사회의 약한 곳을 잘 어루만지고, 인류가 힘들 때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 줄 수 있는 여성인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불어 훗날, 우리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꼭 나오리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발전했지 않습니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우리 대한민국

은 더욱 영광될 일이 될 것이고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