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기량 발휘하는 학생들…새로운 과학교육 시스템 마련돼야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 사진[한국수학올림피아드 페이스북 공개 사진]

과학교육 예산부족과 시스템 부실의 지적 속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 과학대회에서 꾸준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올림파이드 등 저명한 국제 대회에서 훌륭한 기량을 발휘하는 청소년들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초교육부터 대학교육까지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4차 혁명의 시대, 실험실 일자리와 실리콘밸리와 같은 개방형 대학주도 플랫폼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올림피아드 성과 내는 학생들 ‘흥미유발’ 교육 필요

올해 프랑스 코트다쥐르에서 열린 ‘제11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8위를 차지했다.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각국 대표단은 18세 미만의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 4인 이내로 구성되며, 대회는 지구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력, 지구 환경과 인간의 삶 및 인류 문명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34개국에서 126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이틀간 지구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겨룬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종합 8위는 의미가 크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여는 과학 관련 각종 경진대회에서 지필 고사를 전면 폐지하고 탐구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방

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하고 있다. 또 창의융합형 과학실 구축 사업에 지난 해 68억원(163개교)을 투자했고, 올해 과학실 환경 개선 사업에 20억원(49개교)을 투입하는 등 과학 교육 환경 개선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가운데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과학교육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과학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과학 교과에 지역사회의 도움을 연계시키는 방법이 꼽힌다.

실제로 특허와 노벨상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선 과학교육을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러한 국가들은 학생들이 직접 과학 관련 연구소에서 과학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순히 이론적 과학지식만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학습한 내용을 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해보고 탐구해보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다 많은 학생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게 되고,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과학관을 학교 과학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구성하는 등 과학관을 개선해야하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연계가 이뤄지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의 연장선으로 과학관에서 자유롭게 과학을 탐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과학관은 과학 전시물들과 과학교육과정의 연계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영재교육의 방법과 개념을 새롭게 구축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영재교육진흥법을 제정한 2000년 이후 영재교육은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오늘날 영재교육은 대중적 오해·교사의 수업 부담·행정적 미비·예산 축소·심리적 위축 등으로 동력을 잃은 상태라고 지적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등장한 인공지능에 맞서 이제 인간은 인공지능과 협업을 통해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 인정받았던 팔방미인 모범생이 아닌, 전문 분야에서 특수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과도 협업할 수 있는 열린 사람이 미래 인재상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조적 인간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암기가 아닌 흥미유발부터 이끌어내는 과학교육제도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리콘 밸리와 같은 대학주도 개방형 플랫폼 필요

과학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원도심 지역의 폐교를 과학교육 터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알파고 시대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학문화에 대한 접근기회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도심 폐교 활용 모델로는 궁리마루를 들 수 있다. 궁리마루는 2012년 4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부산 서면 옛 중앙중 자리에 운영된 수학과학창의체험관으로 지역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대중화에 기여한 명소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궁리마루에서는 부산·경남·울산지역 초등학교의 위탁교육이 이뤄졌으며, 국내외 벤치마킹을 통해 10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부가 2015년 발표한 수학교

육 종합계획에서 지역별 수학문화관 건립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과학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효과적 교육시연을 위해서는 연구원 및 전임강사들의 집단연수 공간이 필요하며, 국내 저명 과학자가 강연자로 나서는 과학대중강연 또한 고정된 강연장소가 마련되어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실험실 창업을 위한 교육혁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이스라엘 등 과학 선진국에서는 BT, IT, NT등 과학기술기반 창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고용기회를 창출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기업의 1~10%인 고성장기술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45~74%를 창출하며, 미국은 4%의 벤처기업이 60%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창업자들의 천국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포드대학은 다양한 기술사업화 활동 등을 통해 그간 약 540만개의 실험실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실 일자리는 대학과 출연연의 실험실에서 직접 채용하는 일자리와 기술이전·창업 과정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실험실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창업하거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일자리들을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티브 벙커를 통한 창업문화 확산을 통해 대학원생들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린스타트업 랩을 운영하고, 플립드러닝 등 혁신적인 교육방식의 도입으로 젊은 창업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창업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창업 활성화를 위한 대학의 인식전환 및 제도적 지원 및 개편도 중요하다. 창업 휴·겸직, 업적평가, 창업연구년 등 창업 친화적 교원 인사 제도와 창업휴학제, 창업 대체학점 인정제, 창업학점 교류제, 창업 대체논문 인정 등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주력산업에 기반해 대학, 공공연구기관, 지방정부, 시민 등이 함께 상호작용하는 대학주도형 개방형 혁신 플랫폼도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와 같은 해외 유명 스타트업단지는 지역 내 대학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대학은 지역의 창업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청소년 키우는 과학교육 지원 단체들 주목

과학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예산으로 꼽힌다. 2013년을 기점으로 관계부처 및 전국 교육청의 영재교육 예산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883억원에 달했던 예산이 2015년엔 648억원 수준으로 삭감되기도 했다. 또 극소수 천재만을 위한 교육에 지나친 예산을 쓰고, 이에 영재 학급에 선발되기 위한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 많은 학생을 위한 보편적 혜택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러한 가운데 과학교육을 지원하는 몇몇 단체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지원으로 과학문화 소외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과학기술인재 양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과학문화 체험이 어렵거나 부족한 전국 과학문화 소외지역 초중고 320개교 학생 8000여명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과학체험 활동과 함께 직업교육, 코딩 및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과학콘텐츠를 무상으로 보급 받게 된다. 앞으로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은 미래 인재 육성 기반 마련이 필요한 가운데 전문성과 전국 네트워크, 과학관련 지원기관 풀 활용 등 청소년들의 꿈을 위해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는 항공 관련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항공정비사 양성교육기관인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는 수능점수나 내신 성적 반영 없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공정비학과는 높은 등급의 내신을 따고 높은 수능 점수를 획득해야 진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보다 학위취득, 면허취득, 토익점수의 비중이 올라감으로 이에 초점을 맞춰 정진하면 항공정비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항공정비사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학점수업은 물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실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